사용자 설명서 얼마나 읽으thㅔ요? 뭥미

테크니컬 라이터 수습기간이 지났습니다. 고로 정식사원.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굴러오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없어 하는 사용자 설명서를 작성하는 게 나의 역할.

주로 동남아나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서를 작성하는것이 나의 업무입니다.(물론 내가 동남아, 중동지역의 언어를 다 할 줄 안다는 것은 아니고,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영어로 작성해서 번역팀에 맡기면 번역이 되어 온다던가, 해당 국가에 현지 공장이 있으면 현지 매뉴얼팀에 넘기면 되는 그런 프로세스.)

개발자(나름 호칭은 연구원)인 탓에 사용자 설명서 편집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거 영 정보 모으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가끔 일본 블로그들을 검색해보면 (덕후들이 많아서 그런지) 사용자 설명서에 관한 피드백이 좀 있긴 합니다만, 국내의 경우는 전무하고, 내 담당 지역의 경우에는 PC보급률이 낮아 아예 검색 자료 자체가 적습니다. 자료가 있어도, 내가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를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사용자 설명서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쓰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아주 큰 기능이 있으니, 일명 보험 약관(라고 본인은 명명합니다.) 기능이 사용자 편의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식 용어로는 anticlaiming 즉, 사용자 불만 방어용. 흔히 보험 계약서에는 약관이라는 게 있는데, 아주 방대한 내용들이 아주 지루하게 나열되어 있어, 사용자들이 잘 안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물론 예전에는 본인도 잘 안 읽었습니다.) 문제는 차후에 보험 혜택을 받을 때 이런 저런 이유를 대가면서 보험사에서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이 보험 약관입니다. 지들이 관심없게 써 놓고, '난 이미 고지해놨는데, 호갱님이 못본거임ㅋ' 하면서 불이익을 고객에게 전부 떠넘기는 기술(?)입니다.

아, 두껍다.. 학교 다닐때도 안 읽던 책을 사회라고 읽을리가,
게다가 왠만한 전공서적보다 더 지루해;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도 고객 불만의 유형이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간단했던 설명서가 고객불만을 처리하면서(처리리할 때마다 보상을 해주고, 보상은 또 기업의 손해로 남고) 하나씩 하나씩 내용을 넣다 보니, 설명서가 본의 아니게 증식을 하는 기이한 현상이;; 근본적인 원인은 사용자의 불만사항이 다양한 문제로 인해(가전제품의 경우 기술적 문제가 제일 큽니다. 개발이라던가, 기능 개선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제품에 바로 적용되기가 쉽지 않아, 그에 따른 기업의 고육지책이 사용자 설명서의 주의사항입니다. 

그러므로, 본인이 제품으로 인해 어떤 불이익이 생겨 기업에 손해 배상을 청구할 때, 우선 사용자 설명서를 주의 깊게 정독하시고, 불이익에 대한 어떠한 고지가 없을 시에 기업에 불만을 접수 하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호갱님 취급받기 쉽상입니다. 물론 그 전에 제품 구입 후 사용자 설명서를 정독하신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가끔 느끼는 건데, 한국인의 경우에는 사용자 설명서에 오탈자같은거는 '허허'하면서 넘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용자 설명서를 잘 안 읽어서서 그런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관련 불만 사항이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제 담당부서라서 확신은 못합니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에는 오탈자 불만 접수가 있습니다;; 있어요;; 진짜;; 레알;; 보상이 어떤식으로 나가는지는 저도 궁금합니다.

사용자 설명서도 사람이 작성하는 편집물인지라, 가볍게는 오타는 물론, 크게는 제품과 관련된 내용이나 주의사항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물론, 제품 관련된 내용은 실제 제품 개발자도 몰랐던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마음먹고 찾으시면 수많은 불만 사항 접수 가능 사례나 잘하면 제품 교환까지 가능한 행운(?)을 잡으실수도 있습니다. 의도가 어떻건 간에 사용자 설명서를 분석(?)하시는 행동은, 작게는 본인에게 크게는 본인의 개선 요구로 인해 사용자 설명서가 증식하고, 제품이 개선되어, 이후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 저도 이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집에 있는 가전제품 사용자 설명서들을 정독하면서, 제가 몰랐던 기능들을 알게 되었습니다.(제품을 산지 5년만에 말이죠;;)
- 불만사항에 대해 사용자 설명서를 수정하면서 아마도 저는, 그 순간 만큼은, 당신을 진상 고객이라고 욕하겠지요, ㅋㅋㅋ
- 사용자 설명서에는 큰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림으로 다 설명하자니, 사용자는 좋은데, 설명서 만드는 기간이 제품 만드는 기간보다 길어, 출판하는데 단가 올라가, 제품 가격이 올라가, 책 두꺼워지면 사용자들이 두께만 보고 안 읽어, 한달에도 새로 나오는 제품이 수십개인데, 이거 다 만들다가 나 퇴근 늦게해, 여자친구 만날 시간 없어, 그럼 나 우울증 걸려, 오래 못살아,,, 쓰다보니 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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